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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포스트 코로나’ 대비하는 스마트 기업들


포스코 포항제철소 [사진 제공 · 포스코]

-0.9%. 4월 골드만삭스 등 9개 해외투자은행이 내놓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경제가 얼어붙으면서 한국 경제 역시 추락세를 면치 못하리라 예상되는 것.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2%로 내다봤다.

하지만 모든 산업과 기업이 어둠 속으로 침잠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전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언택트(untact·비대면) 흐름에 미리 대비한 기업은 올해 1분기 오히려 좋은 성적을 거뒀다.

수년간 신차 개발에 매진한 현대자동차는 내수시장에서 선전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해외시장 매출 타격에도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한 8638억 원을 기록했다. 한화솔루션도 태양광 부문에서 흑자를 내면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61.7%(1590억 원) 늘었다. 지난 몇 년간 가정식 대체식품(HMR) 개발, 해외시장 공략에 공을 들여온 CJ제일제당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집밥 소비가 늘면서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2%(5조8309억 원), 영업이익은 54.1%(2759억 원) 증가했다.

글로벌 미래 자동차시장 선점 포석

코로나19발(發) 경제충격에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기업들의 새로운 기회 찾기 움직임도 활발하다. 코로나19 사태가 그간 있었던 점진적인 변화를 앞당기거나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다는 점을 꿰뚫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미리 준비하려는 것이다. 5월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만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도 코로나19 사태 종식 후 본격화할 글로벌 미래 자동차시장 선점을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18년부터 매년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활용해 제조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기업을 ‘등대공장(Light Factory)’으로 선정해 발표한다. 지난해 포스코는 한국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등대공장에 뽑혔다.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연속공정에서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한 성과를 인정한 것이다.

스마트 팩토리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을 제조업 기술과 결합한 첨단 지능형 공장을 뜻한다. GE(제너럴일렉트릭),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의 스마트 팩토리가 대부분 조립공정을 대상으로 한 것에 반해 포스코는 연속공정을 대상으로 한다. 강철 제조 과정을 A부터 Z까지로 가정할 때 포스코의 스마트 팩토리는 Z에서 발생한 불량 원인을 A까지 추적해 잡아낸다.

포스코는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생산성 및 품질 향상 면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례로 일일이 수기로 계산하느라 평균 12시간이 걸리던 소량 주문 처리를 AI 기술을 활용해 1시간으로 단축했다. 정확도는 97%에 달한다. 작업자가 2시간마다 쇳물 온도를 체크하고 원료 상태를 확인하던 것도 이제는 AI가 스스로 확인하고 제어한다. 포스코는 2022년까지 제철소 전체 공정에 스마트 팩토리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SK, ‘고부가 딥체인지’ 선언

이러한 포스코의 스마트 팩토리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회사는 포스코 계열의 IT(정보기술) 및 엔지니어링 전문기업 포스코ICT.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포스코ICT는 제철소의 성공 경험을 제조업 전반으로 확대할 기회를 맞았다. 올해 1분기 매출(2680억 원)과 영업이익(112억 원)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 4.7% 늘었다. 스마트 팩토리 사업의 매출 증가가 이 같은 성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각 기업이 스마트 팩토리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건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후 수요 정상화가 나타날 때 기업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높은 생산 효율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결국 각 기업이 고려하는 첫 번째 옵션은 스마트 팩토리 도입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생산기지를 해외에 두는 것의 위험성이 드러나면서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진출 기업이 자국으로 되돌아오는 것)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스마트 팩토리 부문의 전망을 밝게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국으로 되돌아오는 공장은 인건비 등 운영비 급등이 큰 고민거리”라며 “이참에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을 도입해 효율성을 높이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스마트 팩토리 관련 업체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ICT는 5월 20일 효성그룹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스마트 팩토리 확산에 협력하기로 했다. 스마트 팩토리를 효성그룹의 화학, 중공업 부문에 적용하고, 스마트 팩토리 환경에서 운영되는 통합생산관리시스템(MES), 공급망관리시스템(SCM) 등을 효성그룹 내 IT솔루션 계열사인 효성ITX와 공동개발하기로 했다. 포스코ICT 관계자는 “효성과 협력해 기존 철강산업에 이어 화학, 중공업, 섬유 등 다양한 제조업을 대상으로 스마트 팩토리를 확산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석유화학은 반도체, 자동차, 일반기계에 이어 수출 부문 4위를 차지하는 한국의 대표 산업이다. 석유화학과 정유를 합하면 수출 기여도가 12.6%로 반도체(10.7%)를 뛰어넘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 유가 폭락까지 겹쳐 정유는 물론, 석유화학도 직격탄을 맞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석유화학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6% 급감했다.

하지만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고효율-고사양의 고부가가치 포장재시장에서 희망을 찾는다. 한국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후에도 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식품을 안전하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포장재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며 “앞으로 이쪽 분야로 연구개발(R&D)할 것이 무궁무진하다”고 밝혔다.

3월 SK종합화학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고부가 화학회사로의 딥체인지’를 선언했다. 고부가 패키징 사업을 차세대 주력 성장 분야로 삼고 글로벌 인수합병(M&A)을 통해 시장을 선점해가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선택과 집중’을 위해 합성고무, 합성수지 등 범용 제품 원료를 생산하는 SK울산콤플렉스 내 제1 나프타 분해공정인 NCC공정을 48년 만에 가동 중단하기로 했다. 2017년 8000억 원을 들여 미국 다우로부터 고부가 패키징 관련 핵심 소재 사업을 인수한 SK종합화학은 프랑스 폴리머업계 1위 업체 아르케마(Arkema)의 고기능성 폴리머 사업 인수를 올해 상반기 마무리할 계획이다.

SK종합화학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멸균 포장재 등 플라스틱의 효용성이 더 부각됐다면서 고기능성뿐 아니라 재활용하기 좋은 플라스틱 기술, 자동차 외장재로 쓰이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을 개발할 것”이라며 “이러한 그린 밸런스 전략(Green Balance Strategy)에 맞춰 관련 R&D를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원격근무 솔루션시장 활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재택 등 원격근무가 하나의 일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 원격근무가 감염병 예방은 물론, 업무 효율성도 높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원격서비스 전문기업 알서포트에 따르면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된 5월 초 원격 화상회의 이용량이 4월 대비 75% 하락했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 전보다 10배 이상 많은 수치다. 대면 회의를 선호하는 기업 문화가 강한 국내에서 원격근무가 뉴노멀로 자리 잡을 것으로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이에 맞춰 원격근무를 지원하는 솔루션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알서포트는 조만간 비대면 영상 상담 프로그램과 온라인 콘퍼런스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자제품이 고장 났을 때 수리기사가 각 가정을 방문하는 대신, 영상 상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최대 1000명의 청중이 동시에 접속해 발표 및 질의응답을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준비해온 서비스인데, 코로나19 사태로 시장성이 더 커졌다고 판단한다”며 “앞으로는 원격회의 솔루션시장에 비대면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다종·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해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규제 탓에 앞날이 불투명한 산업도 있다. 원격의료시장이 가장 대표적인 예. 최근 청와대가 운을 띄웠으나 여당은 “구체적인 원격의료 정책을 추진하거나 청와대와 협의한 적이 없다”고 했고, 비대면 의료서비스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기획재정부와 달리 보건복지부가 “중앙재난대책본부 차원에서 비대면 진료 확대를 논의한 바 없다”고 밝히면서 원격의료 관련 정책은 여전히 안갯속에 있다.

최근 정부 주최 원격의료 간담회에 참석한 원격의료업계 한 관계자는 “  ‘내년이면 규제가 풀릴 것’이라고 기대한 지 햇수로 8년째”라며 “코로나19 사태 종식 후에도 또 유행할지 모르는 감염병에 대응하고 늘어나는 비대면 의료 수요를 감당하려면 원격의료를 허용해야 한다. 지금 때를 놓치면 원격의료시장을 해외 기업에게 뺏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상근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조사본부장은 “많은 기업이 당장 위기를 넘기는 데 포커스를 두는 게 현실이라 안타깝다”며 “한국이 코로나19 방역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다고 전 세계가 평가하는 만큼 이러한 호기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변화된 산업 환경에 맞춰 각 기업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고민이 많다”며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술이 진보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고용을 창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할 대책도 사회적으로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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