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원격근무를 처음 시도할 때, 자리에 앉아 시간을 때우는 방식이 아닌 프로젝트 단위로 업무를 수행해야 성과가 난다. 어떤 프로젝트에 누가 참여하고, 언제까지 마감할지 정한 후 이를 목표로 모두가 함께 일하면 아무리 원격근무를 하더라도 성과를 낼 수 있다. 특히 인사체계부터 프로젝트 단위로 확립돼야 한다.”
원격근무 솔루션 전문기업 알서포트의 서형수 대표는 최근 코로나19 확산 추세 속에서 소위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 기업이 되기 위한 방법에 대해 이같이 조언했다.
서형수 대표는 “사내에 자체 팀을 꾸려 일하는 방식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데, 원격근무 도입시 생산성 제고를 위해서는 각 회사들이 인사평가 체계부터 프로젝트 단위로 꾸려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며 “물론 생산성 관리를 위한 오픈소스 툴인 레드마인이라는 것도 있는데, 어떤 IT 도구를 쓰더라도 회사 인사평가 체계가 일 중심으로 잡혀있어야 원격근무를 순탄히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서포트의 대표 원격근무 솔루션은 회사에 있는 업무용 PC를 원격제어할 수 있는 '리모트뷰', 화상 회의 솔루션 '리모트미팅' 등이다.
알서포트는 국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 1월28일 리모트뷰, 리모트미팅을 무료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다수 기업들이 ID를 많게는 수천개씩 사용하고 있다. 무료로 4월30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원격근무 서비스 무료 신청 기업은 1천900여곳으로, 서비스 사용량 폭주로 인해 회사는 서버를 10배 이상 증설했다. 9일 기준 화상회의 시간은 코로나19의 폭발적인 확산 이전인 2개월 전과 비교해 23배 증가했다.
■"빠른 무상 지원 결정, 인식 높은 일본 사업 경험에 바탕"
알서포트는 코로나19 사태 중 타 원격근무 솔루션 회사에 비해 일찍 제품 무료 제공 결단을 내렸다. 20여년의 일본 사업에서 얻은 경험 덕이었다. 서 대표는 알서포트 일본 지사장을 겸하고 있다. 알서포트는 일본에서 리모트뷰, 리모트콜, 리모트서포트 등 제품을 주력으로 공급한다.
앞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 당시 알서포트의 원격 수요가 폭발했었다. 잦은 지진 때문에 일본 기업이 원격근무를 긍정적으로 인식한다는 게 서 대표의 설명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알서포트 매출 절반 이상이 일본에서 발생했다.
서 대표는 “일본은 오래 전부터 원격근무를 많이 해왔다”며 “일본 내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집에서 노인을 간병하며 업무를 이어갈 수 있도록 국가가 국민운동차원에서 기업에 원격근무를 적극 장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례로 최근 코로나로 인해 일본의 대형 미디어광고 대행사 덴츠에서 한 직원이 코로나에 걸리면서 회사가 원격근무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면서 “일본도 상황이 악화하면서 원격근무 제품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서포트는 일본에서도 2월1일부터 원격근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 중이다. 누적 신청 기업은 700곳으로, 리모트미팅 회의 이용 시간은 2개월 전과 비교해 7배 증가했다.
■ 제2금융권 파고드는 알서포트 원격근무 솔루션
코로나19 사태로 알서포트의 원격근무 제품이 제2금융권 기업들에 처음 투입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알서포트는 임직원수 450명 이상의 미래에셋자산운용를 비롯해 여러 자산운용사, 증권사들에 리모트뷰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역시 무료로 제공한다.
기존에는 금융기업의 경우 의무적으로 '망분리' 업무 환경을 유지해야 했다. 때문에 원격근무 시 사내 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기에 원격근무 자체가 어려웠다. 하지만 지난달 10일 금융위원회의 '망분리 비조치 의견서' 회신에 따라 원격근무에 대한 근거가 마련됐다.
서 대표는 “리모트뷰 제품이 금융권에서 이번에 처음 사용되게 됐다”며 “기존엔 금융거래법 상 외부에서 원격으로 사내 시스템을 접근할 수 없었는데, 최근 금융당국이 별도로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원격제어 제품에 대해 사용 가능하도록 유권해석을 내려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1금융권은 자체 업무연속성 계획에 대해 대비가 잘 돼있어, 자사가 보유한 솔루션을 충분히 활용할 역량이 있으나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제2금융권 전부가 알서포트의 제품을 원격근무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영업·교육·법률자문도 '리모트'로
원격근무 제품을 사용해본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서 대표는 “10번, 100번 써본 사람은 있어도 1번만 써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알서포트 내 개발팀 직원들도 코로나19 사태로 알서포트 제품을 이용해 원격근무를 하면서, 회사에서 일할 때와 다른 점이 없다고 인정했다고 한다.
알서포트에 따르면 개발직군뿐 아니라 교육기관, 영업 직군, 법조계에서도 회사의 원격근무 제품들을 사용했다. 일례로 영업 사원은 질병 확산을 우려해 고객사를 방문하지 않고 리모트미팅을 이용해 ‘리모트 영업’을 하고, 변호사는 직접 만나 진행하는 상담을 부담스러워하는 의뢰인을 위해 ‘리모트 상담’을 진행했다고 한다.
서 대표는 “이번 재난 이후에는 원격근무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예전엔 감기 증세나 몸이 불편할 때, 피치못할 개인 사정이 있을 때 눈치를 봤었는데 앞으로는 떳떳하게 원격근무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리모트뷰는 사무실에 있는 내 PC를 자택 방에서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사무실 PC에 설치된 프로그램이나 서류 파일들을 그대로 실행할 수 있다. 원격근무가 가능한 여타 가상사설망(VPN), 데스크톱가상화(VDI) 방식의 솔루션의 경우 회사가 기존에 관련 설비를 마련해놔야 이용할 수 있지만, 리모트뷰는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업무용 PC 설치만으로 간편하게 사용 가능한 장점이 있다.
리모트미팅은 화상회의 솔루션이다. 마찬가지로 클라우드 서비스로, 회사나 사용자는 PC에 따로 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 없다. 클릭 두 번만으로 웹브라우저 상에서 회의실을 개설할 수 있다. 타사 무료 화상통화 서비스인 ‘스카이프’, ‘행아웃’ 등은 P2P(개인 대 개인) 상대적으로 제한된 기능을 제공한다. 반면 리모트미팅은 별도의 미디어서버(AMS)를 통해 고품질의 안정적인 서비스를 가능케 한다. 또한 화면 및 문서 공유, 녹화, 자동 문자변환 회의록 등 각종 협업 기능도 제공한다.
김민선 기자(yoyoma@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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