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부터 원격 솔루션 만든 서 대표 "국내 언택트, 세 단추 한 번에 끼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식 변화…"소프트웨어, 공짜 아니야"
"소프트웨어 표준화로 시장 경쟁 활성화해야 발전" 강조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코로나19로 지난 2월 말부터 시작된 원격 근무는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고 일상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언택트(untact)'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며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언택트가 시작된 지 약 3개월, 만 1분기를 지나면서 국내 원격 근무와 언택트란 무엇인지, 국내에서 언택트는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지, 약 20년간 원격 솔루션의 길을 걸어온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와 이야기 나눴다.
언택트, 첫 단추뿐만 아니라 세 단추까지 한 번에 채웠다
서 대표는 국내에서 원격 제어 분야를 개척한 인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원격 제어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 19년 전부터 알서포트를 통해 기술과 인프라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알서포트는 코로나19로 리모트콜·리모트미팅 등 화상 회의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원격 근무 초반엔 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구글 미트 등 외산 솔루션만 알려졌지만, 최근 국산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원 필요성이 인식되면서 공공기관과 공기업을 중심으로 알서포트 제품을 찾는 곳이 늘고 있다.
서 대표는 먼저 언택트의 정의를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언택트는 코로나19가 만든 신조어로 디지털화나 화상 위주의 비대면 같은 특정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언택트는 한마디로 말하면 비대면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한 사회적 분위기 전체를 뜻하는 겁니다. 코로나가 만들어낸 뉴노멀이 언택트입니다. 너무 심각하게 '언택트가 뭐야?'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여기에 대해 이해하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의미죠."
언택트가 시대적 흐름으로까지 발전한 상황에서 서 대표는 반강제적이긴 했지만 가장 바꾸기 힘들었던, 원격근무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기에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대부분 변화와 혁신을 이끄는 데 있어서 가장 힘든 부분이 경영자들의 경험을 이끌어 내는 건데, 코로나19로 이들의 경험과 공감을 이끌어 내면서 발전의 토대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이번 사태로 원격근무의 첫 단추뿐만 아니라 세 단추까지 한 번에 채워졌다고 평했다.
서 대표는 지금 시점에서 인사 평가의 방법을 어떻게 잘 바꾸느냐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에는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입니다. 생산성이 담보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출퇴근 방식이 아니라 일 중심, 성과 중심의 방식으로 평가받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IT를 이용해서 성과를 내고 이를 인사 성과 평가에 반영하는 제도 개선을 2차적으로 고민해야만 발전적인 유연 근무와 원격 근무의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언택트 위해 소프트웨어 인식 대전환이 필요
서 대표는 기술적인 문제나 제도적인 문제보다도 언택트 산업 전반을 만드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가치 인식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 기저에 깔린 기본적인 인식 변화부터 있어야 국내 언택트 산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국내에는 '소프트웨어는 무료'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이 더디다는 지적이다. 서 대표는 소프트웨어에 가치가 지불되고 기업들이 이를 통해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야 지속성 있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IT 강국이 되겠다고 말하면서 메모리·반도체·핸드폰 등 하드웨어 IT만 말하고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간과하는, 소프트웨어는 싸게만 하려고 하는 행위가 악순환을 일으킵니다. 코로나로 개학을 하면서 마스크 같은 현물에 대한 예산은 배정하면서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관련 예산을 배정했다는 이야기는 안 나옵니다."
서 대표는 정부의 소프트웨어 관련 예산이 매우 작다는 점과 국내 소프트웨어 인력의 인건비조차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있다며 국내 소프트웨어 인식이 얼마나 낮은지 꼬집었다.
"현재 공공분야의 소프트웨어 관련 예산 중 7%만이 기존에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 예산으로 책정돼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관련 하드웨어 구매가 23%고 나머지 70%가 소프트웨어 구축사업입니다. 소프트웨어도 대부분 백신을 구매하고 일반 생산성 도구 같은 소프트웨어는 거의 사지 않습니다. 또, 국내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요율은 10%도 채 안 되는데 해외는 평균적으로 20%입니다."
서 대표는 정부의 '소프트웨어 바우처 사업'이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의 추경에 소프트웨어 바우처 사업이 포함됐다. 서 대표는 "기존 정부 지원은 한 번에 다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비싼 하드웨어와 같은 단일품목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바우처 사업으로 변경되면서 지원 범위 안에서 여러차례, 다양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려는 기업이 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지원만큼 시장 경쟁 활성화도 중요
서 대표는 소프트웨어 산업이 성장하고 언택트 시대에 기여할 수 있으려면 소프트웨어 표준화를 통한 시장 경쟁 활성화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금까지 정부 지원으로 성장한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독과점 행태를 보이며 기술 발전과 편의성보다는 매출 증대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관련 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가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ODF(개방형 문서 형식)과 같은 표준화를 자꾸 만들어가야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독과점에 대항하기 위해서 이런 표준화가 만들어졌고, 구글이 이를 지원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PDF 뷰어가 다양하게 만들어진 것도 이런 맥락에서죠. 국산 소프트웨어 기업 한 곳을 밀어주는 것도 좋지만, 반드시 경쟁을 통해서 시장 전체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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