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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이공계로 돌아서는 인문학도를 위한 제언

[경향신문]

최근 인문·사회 계열 학생이 취업을 위해 전공을 제쳐놓고 사설 학원에서 이공계 공부를 하는 것이 사회적 논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공계열 전공자에 비해 취업하기 힘든 현실 탓이다. 심지어 고용노동부도 인문계 학생을 위한 IT·소프트웨어 교육 과정을 마련하겠다고 나서는 실정이다.


인문계 학생이 전공을 버리고 이공계로 갈아타는 것이 과연 좋은 해결책일까? 분명 인문계가 이공계보다 적성에 맞아 전공으로 선택했을 터다. 단지 눈앞의 취업을 위해 이공계로 돌아선다는 것은 스스로 선택한 경쟁력을 버리는 것과 같다.

시대는 변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이 도입되고 고도화되면서 한국 산업은 IT가 이끄는 것처럼 보였다. 다만 IT가 비산업으로 확장됨에 따라 타 산업과 접목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시대에 각광받는 인재는 단순히 기술을 갖춘 인재가 아니라 해당 기술의 속성을 알고 그 혜택을 이용할 줄 아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다. 이들은 실 서비스 제공에 있어 이공계 전공자보다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유용한 기술을 만드는 것보다 사람이 어떻게 기술을 효과적으로 쓰도록 만드는지가 더 중요하다. 인간이 만든 문화와 가치에 대해 분석하고 비판하며 탐구하는 인문학이 진가를 발휘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을 외친 스티브 잡스는 철학을 전공했다. 그는 인문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IT 기술을 이끌었다. 애플이 창의적인 제품으로 시장을 뒤흔든 비결은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을 찾고자 힘쓴 데 있다. 

오늘날 IT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페이스북은 어떤가. 인문학을 등한시했다면 지금의 페이스북은 없었을 것이다. 기술로 만든 소통의 공간, 그것이 페이스북이다. 심리학을 전공한 페이스북 창업주 마크 저커버그는 2015년 계획으로 한 달에 책을 두 권씩 읽겠다고 했다.

최근 떠오르는 빅데이터 역시 기술과 인문학이 어우러지는 분야다. 빅데이터 기술은 무한한 정보와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분석하고 활용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인문학의 몫이다. 기술은 사람을 이해하고, 인문학은 기술을 이해함으로써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 기업이 인재를 뽑는 방식도 변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대기업 공채에서도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하는 추세다. 신세계그룹이 올해 뽑은 인원 중 인문계 비율은 43%로 작년의 30%에 비해 대폭 늘었다. 단지 한때의 트렌드로 치부하기엔 시대의 요구가 크다. 

여전히 이공계 출신이 취업에 유리한 것은 맞다. 그렇다고 인문학도가 기술을 배워 취업문을 뚫어야 할까. 출발선이 다른 만큼 여전히 이공계가 유리할 것이다. 만약 반대로 공학도가 인문학적 소양을 쌓는다면 인문학도는 어떤 점을 경쟁력으로 들 수 있을까.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는다 해도 어떤 토끼를 먼저 잡을 것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변화의 물결이 넘실대고 있다. 정보기술·생명공학·나노공학·로봇공학 등 21세기의 기술은 인간을 대상으로 삼는다. 기술 그 자체를 익히는 것보다 본질을 이해하고 활용 능력을 배양하는 것, 그것이 곧 인문학도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준비된 자에게 틀림없이 기회는 온다. 이미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IT의 속성을 알고 혜택을 이용하는 이들이 주요 인재로 떠오르고 있으며 향후 그 중요도가 더 커질 것이다. 기술을 꿰뚫는 통찰력을 갖추는 순간 인문학적 소양은 더 이상 취업의 장애물이 아닌, 강력한 무기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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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6212042025&code=99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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